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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링린

 

* 주의 : 본 게시글에는 '설국'과 '사룡장락', '세상의 중심에서' CoC 시나리오의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플레이 하시지 않은 분이나, 시나리오를 플레이 할 예정이신 분들은 열람을 자제해주세요! 


* 원 시나리오에는 없는 내용(=약간의 개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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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4
 
雪國
 
PC. 샤오 린
 
이건 하나의 긴,
 
당신의 모노드라마일 뿐 입니다.
 
21:02
 
 
덜컹, 덜컹.
 
희미한 기차 소리에 무거운 눈을 뜹니다.
 
당신은 어느 조용하고 편안한 기차 안에 앉아있습니다.
 
마지막 기억을 되짚으려 해도... 오로라를 본 것까지 밖에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간 눈이라도 내린 것인지, 창밖의 새상은 온통 새하얗게 물들어 있습니다.
 
설국이라고 표현해도 좋지 않을까요.
 
지나다니는 사람 없이 새하얗게 물든 산과 들,
 
야트막한 건물들을 바라보며 당신은 고요하다는 표현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정갈하고 고요한 겨울 풍경이군요.
당신이 앉은 객실은 특실인 것 같습니다. 좌석은 넓고, 좌석과 좌석 사이의 거리도 제법 확보되어 있습니다.
의자를 뒤로 젖힌다든지, 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앞좌석을 차게 된다는지 하는 문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네요.
잘 밀폐된 객실이라 그런지, 기차 특유의 소음은 적습니다.
 
:어쩐지 잠이 오는 것 같은 진동과 귀마개가 필요 없는 약한 소음 정도입니다.
 
갑자기 왜 기차에 타고있지?
 
이런 상황은 당신에게 흔하게 일어나는 일인가요?
 
샤오 린:(무거운 눈꺼풀을 끔뻑이며 밖을 보다 주변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이것이 기차다, 특실이다라는건 어느정도의 주워들은 이야기로 짐작을 할 뿐. 자세한거는 모릅니다. )
(탄다면 항상, 사람 꾸역꾸역한 소음 가득한 가장 저렴한 기차를 탔었는데.)
(주변 좌석에는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슥 둘러봐요. 혹시나 자신이 잘못 탄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 것 같네요.)
 
:그렇습니다. 당신은 얼핏 책에서 본 것만으로 이런 풍경을 짐작만 해왔죠.
 
50에서 60석 사이로 보이는 좌석에는 1/3정도의 사람들만 타고 있습니다.
 
일부는 일행과 탔는지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나누고 있고,
 
어떤 사람은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혀 자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샤오 린:(일단... 사람이 한적하니까요. 자신이 지금 바로 쫓겨나거나 하지는 않겠네 같은 생각을 하며... 행선지를 알만한건 없는지 더 둘러보겠네요.)
(이 기차는... 어디서 출발해서 어디로 가고있지?)
 
:보통 안내판이나 팜플렛, 티켓에 출발지와 행선지가 적혀있기 마련인데...
이 열차를 둘러봐도 그런건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샤오 린, 지능 판정.
 
샤오 린: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이름이나 다른 기억들은 그럭저럭 떠오르지만 지금 여기 왜 있는지, 어쩌다 여기 탄 것인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떠올려보려고 한다면...
 
진한 남색 제복 차림의 승무원이 자리를 체크하며 지나갔던 사실이 떠오르는군요.
 
당신은 무임승차나 입석은 아닌 모양입니다.
 
근데 대체 어떻게?
 
샤오 린:(곰곰... 약이라도 먹었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헤이링도 보이지 않는 것 같고. )
( 승객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
 
그럼 듣기 판정으로!
 
샤오 린:
듣기
기준치: 43/21/8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따가 음식 카트가 들어올거에요."
 
"아, 그럼 그 때 신문이라도..."
 
같은 한적한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린이 잠시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옆의 창가 쪽 자리에서
 
설국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던 사람이 문득 고개를 돌려 당신을 바라봅니다.
 
그 사람의 얼굴이 흐릿하니,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창밖이 환해서? 혹은 기차 안이 어두워서?
 
아니, 기묘한 일그러짐이 얼굴 위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SANC(0/1)
 
샤오 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40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성 감소 없습니다.
그는 당신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승객:안녕하세요, 풍경이 참 좋네요.
 
샤오 린:(손으로 눈을 비비면서 고개를 기울입니다. 뭐지? 잠이 덜 깼나?)
아, 안녕하세요. ... 밖에, 보이는건 눈 뿐인데도요.
 
승객:아... 제가 눈을 보는게 거의 처음이다시피 해서요.
그래도 눈만 있는건 아니에요. 저기 봐요. (말하고 이따금 지나가는 마른 갈대를 가리킨다.)
 
샤오 린:(눈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눈 내리는 밤은, 잘못하면 주변 사람을 곧잘. 데리고 가버리곤 했거든요. ) (그런 생각을 하다 승객의 말에 창밖을 봅니다.)
 
드문드문 눈에 파묻힌 갈대들이 지나갑니다. 별 볼건 없네요.
 
승객:손님께선... 눈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가 보네요.
 
샤오 린:...그렇네요.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저, 혹시. 제가 잠이 덜 깨서 그런데. 이 기차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아시나요?
 
승객:이 기차요? (그 말에 저 앞쪽을 바라본다) 뭐.. 그냥 순환열차에요.
그나저나, 기차 제대로 탄 거 맞죠? 그렇게 얼빠진 소리를 하시다니. (하고 하하 소리내 웃는다.)
 
샤오 린:순환열차요... (머리를 긁적인다) 아까, 승무원이 지나갔던 기억은 있어서. 자리를 잘못 앉은건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감사합니다. 조금 지나면 생각나겠죠.
 
승객:잘못 탔다면 뭐... 순환열차인 만큼 기다리면 본래 있던 역에 도착하겠죠.
눈이 많이 와서, 멈추지만 않음 다행이겠지만요.
...심심한 참인데 그 옆에 가서 앉아도 괜찮나요?
 
샤오 린:옆자리요? ... 일행분과...오신 것 아니었나요?
 
승객:음.. 네, 그냥 저 혼자 타서 가고 있는 중이었어요.
눈을 보는건 이제 좀 질리기도 한 것 같아서...
 
샤오 린:... 네, 그럼. 뭐... 재밌는 이야기라던가, 해 드릴 것은 없겠지만...
 
승객:그냥 가는 동안 말동무나 해주시면 감사한걸요. 저는 이 다음역에서 내리거든요. 그 동안만?
(괜찮냐며 슬쩍 얼굴을 기울인다.)
 
샤오 린:(고개를 끄덕인다) 네, 그런거라면.
다음 역... 무슨 역인가요?
 
승객:(빤히 보는 듯 하면서도 어깨를 으쓱이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쿨파 라는 역이에요.
당신도 거기서 내리나요? 좀 기억난게 있어요?
 
샤오 린:(이름을 듣고 곰곰 생각 해 봅니다. 기억나는게 있나?)
 
:전혀(?)
 
샤오 린:(고개를 가로 저어요) 아뇨... 제가 내릴 역은 아닌가봐요.
 
승객:뭐 괜찮아요. 기차 멀미같은게 있는건가? 승차할 때 사람이 엄청 많았으니, 그럴만 하죠. (웃으며 짐 몇개를 들고 당신 옆으로 건너옵니다.)
 
승객이 당신의 옆으로 옮겨오면, 저 멀리 앞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이것저것이 섞인 좋은 냄새가 납니다.
 
냄새의 진원지는 잘 디자인 된 철제 카트를 끌고 있는 진한 남색 제복 차림의 승무원.
 
승무원은 나직하게 사람들에게 물어보고는 뭔가를 카트에서 꺼내주고 있습니다.
 
옆에서 상대가 약간 신난 표정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샤오 린:(아까 이야기 한... 카트구나.)
 
승객:아마도 음료나 가벼운 다과 서비스를 주는 모양이에요.
이 열차는 서비스가 장난 아니라던데, 기대되네요.
 
샤오 린:서비스로요? (티켓 값이... 상상도 가지 않아서 조금 불안하네요. 과거의 샤오 린. 헤이링이랑 싸우고 나서 인생 뭐있냐 하면서 가진 재산 노는데 다 쓴것인가? 같은 생각 해 봅니다.)
 
:ㄹㅇ그렇게 쓸 만해서 웃기다
 
샤오 린:허어... 그런 기차는 처음이라서 좀. 어색하네요.
 
승객:네. 서비스로요. 여긴 특실이잖아요? 그 정도도 안해주면 어떡해요, 웰컴프룻 같은게 있잖아요 '특'이 붙은 것들은.
 
샤오 린:... 특이, 붙은 것들은 말이죠...
 
승객:그래요? 하긴, 저도 특실은 처음이에요. 그렇게 잘 사는 사람인건 아니라서.
그냥...뭐 모은 돈 한번 써보자! 싶어서 써본거죠 뭐.
 
샤오 린:그렇군요. 가끔... 그러고 싶을 때가 있죠. 자신에게, 보상이라던가.
그럼, 여행으로 기차를 타신건가봐요.
 
승객:아. 맞아요. 잠깐의 일탈 같은거라고 해야할까요? 곧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거지만요.
당신도 그렇지 않나요? ....당신의 기억에는 없어도..
나름 자신에게 보상이라거나, 그런걸 위해서 여기 탔을걸요.
 
이윽고 승무원은 당신 앞까지 다가옵니다.
 
다가온 승무원이 메뉴판을 내미네요.
 
샤오 린:(얼떨떨하게 메뉴를 봅니다. 샌드위치는 먹었지만... 파르페와 카나페 같은건 잘 먹어보지 못했어요. 고민을 하다, 승객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나는, 나에게 보상 할 것이 있던가? )
그럼... 파르페로. (일단은 호기심을 선택합니다.)
 
승객:뭣, 의외로 단걸 좋아하시나봐요. 전 그럼 카나페로. (마찬가지로 메뉴판을 보다 접어 다시 승무원에게 내밉니다.)
 
승무원이 메뉴판을 받고, 카트에서 스낵을 꺼내줍니다.
 
꺼내주는 스낵은 잘 포장되어 있네요.
 
샤오 린:많이... 달까요? 사실. 파르페를 본 적은 있지만 먹는건 처음이라서요.
 
뜯어보면 대충 만들어진 기성품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보기에도 풍성하면서도 깔끔한 만듬새와 좋은 향기, 전반적인 색감의 조화가 훌륭합니다.
 
샤오 린:기회가 생겼으니... 먹어보고 싶어졌어요.
 
승객:음... 기억상 달달하고, 뭔가 이것저것 섞인 맛이기는 했는데요. (?)
뭐, 과일을 좋아한다면 좋아하실것 같네요.
전 과일보다는.. 뭐랄까, 치즈나 이런걸 더 좋아해서요. (라고 말하며 카나페 접시 보여줌!)
 
샤오 린:(과일은 좋아하니까요. 석가가 생각이 나네요. 예쁘게 만들어진 파르페를 보며,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모르겠어서 한참 처다보기만 합니다. ) 고소한건... 짭쪼름 한걸 더 좋아하시나봐요.
 
승객:(카나페를 서투르게 집어서 이리저리...살펴보더니 어수룩하게 입에 넣고 당신을 봅니다.) 음, 사실 고기나 그 쪽을 더 좋아해요.
치즈.....는 고기같은데에 많이 올려 먹으니까. 술도 그렇고요. ...이상한 답이었나요?
나온 숟가락으로 그냥... 떠 먹는게 아닐까요? (고찰)
 
샤오 린:아뇨,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고기는 좋아하는걸요. (그 말에 숟가락을 들고, 대충 다 먹을 수 있는 거겠지 싶어서. 한 입 떠먹습니다. 예뻐서 먹는것인가 아닌가 고민 했는데, 입에 넣으면 알겠지라는 결론이에요.)
 
음식을 먹으면 생과일의 부드러운 과즙이 몸을 따뜻하게 합니다.
 
당장은, 이것도 좋지 않나란 생각이 드네요.
 
그간 고생한 자신에 대한 보상인거겠죠 뭐?
 
정갈하면서도 다채로운 맛이 혀 위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나갑니다.
 
승객:고기는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잖아요? (카나페를 우물우물 먹으며 웅얼거린다.) 맞아, 석류를 보니 페르세포네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그쪽도 이 순환열차에서 못 내릴지도 몰라요. 하하.
 
샤오 린:(신기한 맛에 눈을 둥글게 하고 한참을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다, 승객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립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이런걸 먹으며 지내는 것이군요.)
페르세포네요?
 
승객:저승의 여왕이에요. 원래는 이승에서 살았는데... 저승에서 석류를 한 알 먹어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던가...
원래는 저승의 음식이라는 이명이 있거든요. 이거. (톡톡 석류알이 올라가 있는 파르페 유리잔을 건드린다.)
 
샤오 린:(그 말에 자신의 파르페를 봅니다.) 그런, 이명이 있었군요. 그냥, 먹기 좀 힘든 과일이라고만 알았는데. ... (잠깐 창밖으로 시선을 두고) 괜찮겠죠. 저승도 아닐테고... 굳이. 저를 묶어 둘 이유도 없을테니까요.
 
승객:생긴게 빨개서, 독처럼 보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겠죠. ....그건.. 모르죠, 저마다 다 없을 것 같지만 가치는 다 있기 마련이니까.
아, 이름을 물어봐도 되나요? 이렇게 많이 얘기했으면서 서로의 이름도 모르다니.
 
샤오 린:(한 입을 더 먹고, 독이라면 과연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원래, 입에 단 것이 독이라고 하는 말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리 황홀히 죽을 수 있다면 나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철없는 생각도 합니다.)
(그리고 이름을 물어보는 승객에게, 잠시 고민을 하다 입을 뗍니다.) 린입니다.
 
승객:린? 흠, 간단해서 좋은 이름이네요. 성은 없나요? 저는....
 
갑자기 뒷 자리에서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납니다.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면, 어떤 사람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벌떡 일어서 있습니다.
 
생각보다 덩치가 크고, 어깨를 들썩이며 온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습니다.
 
옆에 앉아있던 사람이 어떻게든 진정시키려고 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역부족인 것 같습니다.
 
승객2: "잠깐, 진정하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승객3: "시끄러워!!!"
 
샤오 린:무슨, 일이지...? (습관적으로, 숨을 죽이고 상황을 봅니다.)
 
격분한 사람은 부들부들 떨면서 외칩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격분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바닥에는 엎어진 물과 채 다 먹지 못한 스낵이 뒤집어져 있습니다.
 
승객:뭔가... 트러블이 생긴 모양인데요. 싸웠나? (몸을 기울이면서 속삭인다.)
 
샤오 린:그렇네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뭐, 둘이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격분한 사람은 희번뜩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쪽 자리의 두 명을 발견합니다. 가장 가까이 앉아 있었으니, 운이 나빴네요.
 
승객3: "나는... 나는 인정할 수 없어.. 없다고!"
 
샤오 린:(허겁지겁 파르페 먹음)
(이건 깽판의 각이다. 못 먹게 되기 전에 먹어)
 
승객3: (성큼성큼 격정적인 발걸음으로 다가와 옆자리 누군가의 멱살을 잡아챈다.)
 
승객:잠, 잠시만요! 조금 진정해보세요!
 
승객3: 말이, 말이돼요? 우리가, 그게,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리 없다고!
 
샤오 린:(다 먹고 숟가락 내려놓으며, 입가에 생크림 묻힌채로 일어남) 뭔가 문제가 있으신 것 같은데. 그 문제에 저희가 관여한 적은 없었지 않았나요? 그 손 놓고 말씀하시죠. (승객 3의 손을 잡습니다.)
 
승객:당신 그거 다 먹는 거 봤어요! 날 도와줬어야지! (바둥바둥)
 
샤오 린:남길 수는 없잖아요. (당당함)
 
승객3: 아니! 왜 관여하지 않아! 여기 있는 사람은 모두.... 모두...! 말도 안돼! (라며 멱살을 잡은 손을 마구 흔든다)
 
승객:그건, 그건 그렇지만! 으아! 도와줘요 린씨!
 
샤오 린:(못 흔들게 말려요) 제대로 된 이유도 말하지 않고, 남을 괴롭히지 마세요.
 
말리는 손길이 닿자, 남자는 멱살을 놓고 주먹을 내지릅니다.
'근접전'으로 제압을 하거나, 다른 기능으로 대화를 유도할 수 있겠네요.
 
샤오 린:(무식한 린에게 그런거 없다 근접전으로 쇼부다)
 
승객3: 이유? 이유라면 충분하잖아! 이미...! (주먹을 휘두른다)
 
샤오 린:(이것이 바로 개구리도 잡은 주먹!!)
근접전(격투)
기준치: 59/29/11
굴림: 3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개고락지펀지
펀치
 
샤오 린:(하압!!)
 
횡설수설하며 달려들던 상대는, 머리에 손날을 퍽 얻어맞고 그대로 얌전해집니다.
 
그래도 여전히 말이 안 되는 말을 늘어놓습니다.
 
샤오 린:(머리가 생각하기 전에 손 먼저 나가버려서 아차, 합니다. 여기는 학라가 아닌데.)
 
"인정할 수 없어.. 당신도, 나도..." 같은 말을요.
 
뒤늦게 승무원이 두세 명 달려옵니다.
 
샤오 린:대체, 무슨 말이 하고싶으신거예요? 말을 못 하시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까보다는 저항이 덜한 상대의 양쪽 팔에 자신의 팔을 끼워서 체포하듯 데리고 나갑니다.
 
승객3: "난, 난 인정할 수 없을 뿐이라고, 난... 흐흑. 캐시, 미안해. 캐시..."
 
승무원이 나가면서 당신에게 곤란한 표정으로 속삭이네요.
 
승무원: 죄송합니다. 가끔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셔서...
 
그 때 다시 격분한 상대가 몸부림을 쳐서, 승무원은 말을 하다 말고 급하게 나갑니다.
 
샤오 린:... ... 죽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고요? (되물으려다, 떠나버리는 뒷모습만 봅니다.)
 
승객:.... (깍지낀 손을 뒤로 넘겨 머리를 기댄 뒤 휘파람을 한번 분다.)
다들 보통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샤오 린:... 일단은, 괜찮아요? (승객의 상태를 봐요.)
 
승객:아아, 저 말이라면 옷이 주름진 것 빼고 괜찮습니다. (멀쩡하다며 양 팔 벌려봄)
다 봤다고요 린씨. 파르페를 힘겹게 우겨넣으시던 모습...
 
샤오 린:다행이네요. 음, 맛있었어요. 하나도 떨어뜨리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바닥에 엎어진 스낵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요.
 
승객:아하하, 그럼 새 걸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된건데 말이죠.
 
샤오 린:... 그러면 새 것을 가져다 주나요?
 
승객:제 카나페도 멀쩡하네요. 주인의 옷은 멀쩡하지 못하지만.. (홀랑 남은 한조각을 먹어치우고)
그럼요!  실이잖아요.
 
샤오 린:... ... 음... 그러고보니. 보통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죠.
당신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하고 있나요?
 
승객:...(그 말에 다시 앉자며 자리를 턱짓으로 가리키고 고개를 끄덕인다.) 뭐...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선 죄송해요. 여긴 죽은 자들이 모여있는 열차가 맞아요.
 
샤오 린:(그 말을 들으며,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습니다. ... ... 그런가. 죽어버렸나. )
(생각보다 담담했습니다. 남은 일도 많고, 해야만 하는 것들도 있었고. 꿈도, 이상도 이루지 못했지만. 자신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란건 항상. 머리 한 켠에 두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인가, 아니면 마지막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인가. 어때서인지. 그리, 그 말에 감정이 흐트러지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승객:저승이니 아니니 했지만, 당신도..... 죽은게 되는거죠.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본다.)
 
샤오 린:(애초에, 헤이링을 만나러 황룡회에 들어갔을 때 부터. 각오했던 일이니까요.)
 
마치 추위처럼,
 
어쩔 수 없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온 몸으로 밀려들고 소름이 돋습니다.
 
담담하지만, 인간이라면 가진 미지에 대한 공포 중 하나겠죠.
 
이 앞에 남은게 뭘까? 하는 두려움.
 
SANC(1/1D4)
 
샤오 린: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아 제법 무서움)
3
 
승객:(저기)
어떻게 죽었는지는 기억하고 있나요?
아무것도 모르게 편안한 채로 있으셨음 했지만... 이렇게 된거, 어쩔 수 없죠.
 
샤오 린:(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승객이 못을 박으니까. 죽었다는 말을, 남의 입으로 다른 감각으로 전해지니까. 손 끝이 잘 안 움직이고, 숨 쉬는 법을 잊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
(승객의 말에도,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자신의 손을 봅니다.)
 
승객:..... (상처 많은 손을 가만 보다가 제 손으로 장난치듯 덮어버립니다.)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혹시 이야기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그러면 더 잘 기억이 난다고 했어요.
.....차피 이 앞으로 가 봤자 당신 인생 얘기를 들어줄 사람은 이제 없을걸요.
(어색하게 웃습니다.)
 
샤오 린:(제 손을 가리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 승객을 봅니다. 승객의 얼굴도 잘 안 보이는데. 충격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자포자기한 건지. 입을 열어버립니다.)
(자신은 학라의 사창가 출신이었지만 꿈을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 언젠가는 반드시, 모두가 평등히 행복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세상을 이루고 싶다는 이야기. 그리고...)
(함께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자신이 있던 거리 전체를 황룡회에 팔아서. 자신은 그 속에서 사람을 모아, 황룡회와 대적하려고 했다는...)
... 참. 인생은. 마치 관객이 있는 것 처럼. 누군가 치밀이 짜놓은 것 처럼 이미. 누군가가 설계 해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에는 친구는 죽이지 못했어요.
 
승객:...많이 힘들었겠네요. 당신이 왜 그렇게 파르페 앞에서 어물쩍거렸던 건지도 알게 되어버렸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할 겸 입을 가리고 웃는다.)
그렇게 남들을 구제하고, 남들을 위해서 .... 사는게.
당신에게 있어서 자신의 구원이었나요?
결국엔 그 친구도 죽이지 못했고, 남은 사람에게도 쓴소리는 하지 못했잖아요.
당신 스스로를 위해서, 스스로가 무언가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그대로 네 손을 들어 손의 상처를 보여준다.)
 
샤오 린:그렇게, 들렸나요? 저는. 제 이야기 밖에 안 한 것 같은데. 저는 한시도 남을 위해서 산 적은 없어요. 욕심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만들어낸 세계에. 왕으로 있는것이, 제 꿈이니까.
그러니까, 이리 멍청하고 우직하게 일만 한 것 아니겠어요. 결국, 이루지 못할 꿈이었지만.
 
승객:글쎄요. 결국 당신이 말하는 욕심도.... 다같이, 남이 행복해지고 싶어서 욕심을 부린게 아닌가요?
왕으로 있는 건 그 뒤의 일인거고. ....지금 왕으로 있는 사람도 그런 거창한 꿈은 안 꿀거에요.
멍청하고 우직하게 일했다는게, 당신이 타인을 위해 이타적으로 굴었다는 증거인걸요.
...대단하네요, 나는 그렇게 멍청하게 못할 거 같아요. (고개를 잠깐 숙인다.)
 
샤오 린:(그런 승객을 보고. 미소가 지어집니다.) 제 친구는, 그런 저를 보고 미련하다고 했는데 말이에요. 그래도,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 해 주니. 썩, 아무것도 아닌 삶은 아니었나봐요.
 
(To GM): 그게 난데, 바보같은 린......
 
샤오 린:그래도 기왕이면, 뭔가 더. 하고싶었는데. 세계가 바뀔만한... 꿈에 가까워지는 일을. (창밖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
 
창 밖은 당신의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그저 고요히 눈이 휘날리고 있습니다.
 
승객:모든 삶에는 가치가 있어요. 당신의 삶도 전혀 그렇지 않은걸요.
....적어도 당신이 구한 몇명은, 당신이 말한 것들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겠죠. 오늘도, 내일도요.
그렇게 하나씩 꿈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하면 어때요?
당신은 비록 살아가진 못하겠지만, 그 자들은 아직 살아있으니까.
 
샤오 린:친구를 만나러 갈 대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그 때, 한 번. 꿈을 버렸거든요. 제가 되고 싶었던 왕은. 그런 모든 것의 위에 서는 사람이니. 누군가에게 절대 머리를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서. (마지막에, 황룡회에게서 도망칠 때. 함께 싸워줬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은 그 후에 어떻게 되었을까. 거기서 숨을 다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그들과 함께 한 약속도 이루지 못하고 도망쳐서 연명하고 있었던 자신을 생각하면 부끄럽습니다. 그리고, 그런 각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두려워한 자신의 나약함에 또. 자신은 결국, 왕이 될 사람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지네요.)
한 번에 바뀌지는 못하는 거겠죠. 어차피, 죽은 사람이 되었으니. 그들이 해낼 거라고 믿고있어야 겠어요.
 
승객:...자신에 대한 평가가 박하네요. (조금 쓰게 웃는다.)
들어봐요, 린씨. 당신은 죽었더라도, 역사에 뭐 하나 남긴게 없더라도 대단한 사람이에요.
남을 위해 행동하고, 남을 위해서 힘든 가시밭길을 걸어가는건 어지간한 의지가 없으면 못하죠.
저만해도 인생에서 편하고, 쉬우고, 현실적인 길만 찾아서 돌아온 사람이에요.
......당신의 의지는 분명히 전해졌을거에요. 사람들에게도, 그 친구에게도. ...그러니 당신을 비웃진 못할겁니다.
 
승객이 차분히 말하는 걸 듣습니다.
 
린은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짧은 26년이었죠.
 
죽음이 코 앞에 있으니, 미처 못 다한 게 눈에 밟히네요.
 
린, 지능 판정.
 
샤오 린:
지능
기준치: 55/27/11
굴림: 58
판정결과: 실패
 
당신의 머릿 속에서 굉음이나 오로라, 헤이링의 울음소리 등이 흘러나옵니다.
 
헤이링의 등 뒤로 보였던 검은 로브를 쓴 사람들.
 
끝끝내 단도를 자신의 목 앞에 들이밀었던 헤이링.
 
그리고 마지막으로 본, 하늘에 수놓인 오로라까지.
 
당신의 죽음입니다. 심지어 직접 체험한 죽음이죠.
 
생각하면 할 수록 그 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몰려듭니다.
 
죽음의 순간은 어땠나요?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SANC(1/1D4)
 
샤오 린:
SAN Roll
기준치: 67/33/13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2
 
아직도 목에 닿은 칼날의 촉감이 선연한 것 같습니다.
 
샤오 린:(눈보라처럼, 휘몰아치는 기억에 잠깐 이마를 짚습니다.)
(창밖이 눈이 내리는건, 그래서일까?)
(내가 죽었던 날도. 이렇게 추운 날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제정신이지 못해서. 그냥, 응. 눈 앞에... 다시. 친구가 있는게 좋았다고 생각했었는데. )
(이리도 침착하고 조용하게. 마치 그 당시를 돌아보라고 마련된 시간이 주어지자, 그 때의 고통도 생각도 상황도 다. 멀쩡한 자신에게 다가와서. 잠시 숨을 참았다.)
 
승객:(놀란 듯한 목소리로 당신의 안색을 살핀다.) 뭔가 ....기억이 났나요?
 
샤오 린:(승객의 목소리에 승객을 돌아보면, 아까까지 한 대화에 기가찹니다. 승객이 해 준 말을, 자신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전부 부정했으니까요. )
(인류의 미래를 빼앗고, 자신이 맡긴 꿈마저 멈춰세웠던. 문자 그대로의 대역죄인.)
(그 일을 했던 원인까지로 올라가면, 자신이 얼마나. 죽음에 약한 사람인지 그 사실이 피부의 다가온 날붙이처럼 다가옵니다.)
... ... 역시. 저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지 못해요. (괜히, 침착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있었던 태도가 무너집니다.)
 
승객:.... 표정이 많이 안 좋은데. .... 누구나 죽음의 순간에는 항상 혼자니까요.
 
샤오 린:(목소리가 떨리고, 목이 잠기지만, 말을 이어간다) 가능하면... 가능하면 직접 보고싶었는데. 내가 만들 나라를. 모두가 웃는 얼굴에. ... 그 옆에, 친구가 있기를 바랬는데. (어렸을 때, 상자에 넣고 열쇠를 걸어 잠궜던. 그 때 그렸던 꿈의 모습을)
할 수 있다면... 보고싶었어요... (눈에 고인 물들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져 내린다.)
 
승객:그 친구를요. 그리고 당신이 구한, 구할 사람 전부를요.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가만 등을 옆에서 토닥여준다.)
죽음에 대해 떠올리는 게 쉽지는 않겠죠. ...사랑하는 것들을 떠올리면 더 그럴거에요.
그래도 제게는 여전히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는걸요. 말했잖아요? 돌아가는 길만 택했다고.
...어쩌다 잘못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걸 탓하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그 친구란 사람도요.
 
샤오 린:(도닥여주는 손길에 둑이 무너진 것 처럼 눈물만 흘립니다. 어려서부터, 당연하게 원하는걸 원한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마저 절제하면서 살아야 했던 환경 속에서. 이렇게 소리내어 우는 것이 얼마만인지. 되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지가 있었을까? 하지만, 아마. 그녀석도, 나도. 똑같은 선택지를 고를 것을 알고있어서. 그러기에 더 눈물이 나왔다.)
(자신의 죽음이 변하지 않을 것을 스스로가 안다. 아마, 똑같은 상황이 와도. 나는 그 신과 계약을 해 버리겠지. 아마도. 그렇게 할거야.)
(결국, 어떤 상황이 와도. 네가 죽지 않는 것이 다행스러워서.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있어서. 그저 다른 말 없이 아이처럼 울기만 했다.)
 
승객:그저, 모두가 행복할 꿈을 꾼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된걸까요? ....왜 이렇게 모든게 꼬이고 엉망이 된 걸까요. (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그냥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랬는데. 생각해보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데. 당신은 너무 모진 것만 봐왔어요.
.....당신에게 필요한 말은 이거였죠?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
그동안 고생했다는 말,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
당신이 거쳐온 사람 모두, 그렇게 말하고 있을거에요.
당신이 올곧게 가시밭을 걸어왔다는 걸 아니까. (입꼬리를 올려 웃어준다.)
 
자신이 죽었음을 자각하자, 드디어 상대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직까지는 일렁임이 크지만, 그는 당신을 위해 진심으로 울어주고, 웃어주고 있네요.
 
샤오 린:(고개를 들어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준 그 사람의 모습을 봅니다.)
 
아직은 일렁임이 사그라들진 않았지만... 꽤 이 사람도 험난한 삶을 살아온 것 같아 보입니다.
 
자신을 보는걸 알아채자, 상대는 창 밖을 한번 바라봅니다.
 
승객:창 밖을 보세요.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누구나 결국은 마음 속 깊은 어딘가에서 이 곳으로 오고 싶어하죠.
영원한 평화, 영원한 안식이니까.
...린씨, 당신이 없는 이 세상은 아름답고 평온해요.
이렇게 조용한 세상에서 영원히 평온해지고 싶다고 해도 이해해요.
세상은 언제나 잔인했고, 당신을 찢어발기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까.
 
승객:나는 알아요.
 
샤오 린:(눈 앞에 물이 가득해서, 결국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을 나중으로 하고. 승객의 말대로 창 밖을 봅니다. 언제쯤 봄이 올까. 봄은, 오기는 하는 걸까.)
 
린, 관찰력 판정합니다.
 
샤오 린: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5
판정결과: 실패
(손으로 눈가를 닦습니다. 앞이 하나도 안 보일정도로 울다니 정말. 부끄러운 일이에요. 이제, 그런 것도 상관 없겠지만.)
 
승객:당신에게 제일 힘든건 멋대로 굴러가지 않은 세상이었겠죠.
.... 그래도 저는 이렇게 평온한 세상보다는 멋대로 굴러가지 않는 세상이 더 좋은거 같아요.
그게 좀 더, 도전할 맛이 있잖아요. 당신은 어때요?
힘들어도 이런 고급진 음식을 먹으며 평온해지는 것보단, 개구리를 잡는 쪽이 더 재밌진 않나요?
 
샤오 린:(그 말을 듣고, 그제서야. 다 잠긴 목소리로 입을 엽니다.) 그것도 정도껏 해야죠... 그래도. 아주, 안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호위를 이유로 같이 다녔던 학라의 거리도. 함께 먹었던 토마토면도. 도피를 핑계로 돌아보았던 노르웨이의 모습들과 오로라도. 눈이 시리게 아름다웠습니다. )
(어릴 때는, 자신들의 상황이 그리 열악한지도 몰랐죠. 웃는 날이 훨씬 많았어요.)
(그래요, 꿈도 꿀 수 있을 만큼.)
 
승객:매번 여름만 되면 물이 차올라서 고생이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같이 소리 지르며 물을 퍼나르는 일도.
아득바득 열심히 일해 처음 사먹은 딤섬도 그렇고,
처음으로 봤던 오로라와, 눈이 별처럼 쏟아지는 모습도.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생할 정도겠죠.
 
린, 다시 관찰력 판정합니다.
 
샤오 린: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창밖의 풍경이 아까와는 좀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잠시 지켜보면 곧 알 수 있습니다.
 
열차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열차의 소음도 아까보다 조금 더 커졌습니다.
 
좀 더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도 섞여들고 있고요.
 
샤오 린:(그제서야, 조금. 잠에서 깨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까까지는 그래. 물에 잠겨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을까요. )
(아직, 앞은 잘 보이지 않지만. 다른 감각들이 선명해지고 있는걸 느낍니다.)
 
승객:...더 빨라지고 있네... 시간이 없는걸. (급격히 표정이 어두워져선 중얼거린다.)
...이제 종착지가 멀지 않았어. (네 쪽을 슬쩍 돌아보고)
 
샤오 린:그러고보니, 당신. 다음 역에서 내린다고... 다음 역은 아직인가요? (다른 소리를 하면서 승객을 돌아본다)
 
승객:다음역, 다음역에서 내려야죠. 종착지니까.
 
그렇게 말한 승객은 저 멀리 보이는 어두운 설산을 향해 흘끔 턱짓합니다.
 
둥글게 휜 강을 따라 길게 휜 철길 저 멀리 앞에,
 
설산이 보이고 어두운 터널이 보입니다.
 
당신의 시선을 따라간 뒤, 상대는 인상을 씁니다.
 
승객:뭐가 보이나요? 린.
 
샤오 린:설산이랑... 터널. 그리고, 강이 보이네요.
...삼도천인가봐요?
 
승객:아뇨, 저건 터널이 아니에요.
저건..
 
잘 보면, 그것은 그냥 어두운... 어둠입니다.
 
이 새하얀 풍경의 흩날리는 눈발이 그 어둠에서부터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저 어둠이야말로 이 열차의 종착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가 본능적으로 기대하는,
 
영원한 안식
 
승객:...린, 이 설국은 아름답고 평온하지. 정말,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대로 앉아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난, 이 아름다운 설국보다.. 네가 있는 비참하고 잔인한 현실을 더 원해.
그래서...
 
돌아본 상대의 모습은 이제 선명합니다.
 
당신은 이제 눈 앞의 상대의 이름을 기억해낼 수도 있습니다.
 
왜 이제까지 몰랐을까요? 당신이 마지막까지 봐 왔던 상대인데도.
 
양헤이링:데리러왔어. 린. (안심시키려는 듯 어색하게 웃는다.)
 
샤오 린:네가, 네가... 너는 왜 여기에 있어... 데리러 왔다니. 무슨, 말을 하는거야?
 
양헤이링:.... 나도 죽음 앞까지 와본건 처음이라 무섭네. (본능적인 두려움에 제 떨리는 손을 보고 웃는다.)
왜, 내가 한 말들이 아닌 것 같아서 어색해?
나도 분한게 있다고. 그렇게 내 기억을 지우고, 혼자서 멋대로 결정하고 죽는건 용납할 수 없어.
 
샤오 린:(여러 할 말들이 있어 입을 달싹이다 뱉었다) 멍청아 지금 그게 중요해? 네가, 네가 죽으면. 그거야 말로 나는 개죽음이잖아!
 
양헤이링:..... 내 이상 속에 이런식으로 개죽음 당하는 너는 없어.
왜 이렇게 겁을 먹고 도망가는거야? 당연히 둘 다 살 각오로 손목을 그었는걸.
돌고 돌아 편한 길을 택하는건 나나 하는거지, 너는 안하는거 아니었나?
 
샤오 린:진짜... 넌. 너 만큼이나 멋대로 안 굴러가는 사람은 없어. 세계도 너보다는 나을거야. (어이가 없어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습니다.)
 
양헤이링:하하... 그 놈들도 모든게 끝난 직후 이런식으로 손목을 그어 죽는 난 예상하지 못했을걸?
그야 그렇겠지. 나도 예상 못했으니까.
 
샤오 린:정말. 여러모로 변수야 넌. 그래서, 너라면. 이 죽음도 돌아갈 수 있따고 이야기 하는거야?
 
양헤이링:....제발, 한 번만 더, 너 혼자 죽지 않도록 기회를 줄 수 없을까?
.......아마? (꽤 책임감 없이 말하고 어깨를 으쓱인다.)
 
샤오 린:정말. 웬일이야, 이렇게 계획 없이 행동하고. (네 손을 잡았다) 네 막무가내에 어울려 주는게, 나 말고 누가 더 있겠어.
가자, 헤이링.
아무래도, 내가 편하게 쉴 시간은 아직인가봐.
 
양헤이링:당하기만 하는건 억울하잖아. 배알이 꼴려서 못 참겠더라. (손을 잡으면 환하게 웃어 넘깁니다.)
 
열차의 속도는 이제 미친 것 같습니다.
 
주변 풍경은 설국은커녕 채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검은 얼룩과
 
흰 빛의 소용돌이처럼 변해가고 있고,
 
윙윙거리는 바람소리는 두꺼운 차체와 창문을 가르고 귀를 뚫어버릴 듯이
 
아무도 일어설 엄두조차 나지 않는 속도로, 열차는 돌진하면서....
 
검은 어둠을 향해 뛰어듭니다.
 
정신적인 것인지, 물리적인 것인지 알 수 없는 충격이 온 몸을 강타합니다.
 
5량? 6량쯤 되는 기차의 맨 앞 부분이 어둠에 충돌한 것입니다.
 
여태까지의 고요함이 이상할 정도의 소음이 온 몸을 뒤흔들어놓고 있습니다.
 
저 앞에서부터 열차는 검은 어둠에 먹혀들어가면서 바스라집니다,
 
새하얀 먼지처럼, 흩날리는 얼음가루처럼,
 
아니면 이곳을 모두 덮어버린 흰 눈송이처럼...
 
그래요, 설국의 일부가 되는 거에요.
 
양헤이링:절대, 절대 내 손을 놓으면 안돼 린. (맞잡은 손에 힘을 준다.)
저 어둠에 부딪히기 전에 밖으로 뛰어내릴거니까.
 
샤오 린:(고개를 끄덕인다) ... 믿고있다고, 헤이링. (이 말이 얼마만인지.)
 
양헤이링:.... 네가 끝까지 죽을 운명이면 같이 죽는거겠네.
 
이것이 마지막 선택지라는 것은 자명합니다.
 
당신은 손을 놓고 설국의 일원이 될 수도 있겠죠.
 
샤오 린:( 보고싶어. 나아가고싶어. 남들에게 맡기고 편해지는 방법도 있겠지만. 애써 내가 골라서, 힘든 일을 자처하겠어. )
( 그게, 나 샤오 린이 여태껏 걸어온 길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이니까.)
정말, 두 다리 뻗고 있는건 죽어도 못 보는거지? 헤이링.
서두르자. 둘 다 죽도록 쉬기만 하기 전에.
 
양헤이링:당연하지. 왕도 못 된 놈이 어디서. (장난스럽게 말하고 맙니다.)
 
샤오 린:곧 될거야. 두고보라고.
 
귀가 멀 것 같은 굉음 속에서,
 
존재를 뒤흔드는 충격과 진동 속에서 당신의 손을 잡은 헤이링이 차량 밖으로 뛰어내립니다.
 
당신의 몸도 같이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다. 어느새 눈 앞으로 죽음같은 어둠이 몰려듭니다.
 
숨이 막힐 것 같은, 텅 빈, 시간도, 공간도,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어둠입니다.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어둠
 
숨이 막혀옵니다.
 
너무 끔찍하게 비어있는 어둠이에요.
 
온 몸이 산 채로 갈려나가는 느낌이 듭니다.
 
이대로라면 온 몸이 부서져버리겠다는 생각에 당신은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고 하지만,
 
온 몸이 너무 무거워요. 눈꺼풀 하나 깜박이는 것조차 너무 힘듭니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이대로 박살나버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린!"
 
귀울림이 너무 심해서 잘 들리지 않지만, 분명히 누군가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굳게 잡은 손의 온기에 의지해서, 필사적으로 눈을 뜨려고,
 
몸을 제어하려고 합니다.
 
샤오 린:(나약하게 있었던 것은, 그 열차 안으로 충분했어. 더 이상 약하게 있을 수는 없어.)
(나는 네 손을 잡았고, 놓지 않겠다고 선택했으니까.)
(눈을 떠!! 일을 해 몸뚱이!! 쉬는건 말이야...)
( 저세상에 가서 쉬어라고!! )
 
잡은 손, 누구 손을 잡고 있었더라?
 
왜애애애앵 큰 소음이 울리고 정신이 멀어질 것 같지만.
 
그 온기가 현실과 당신을 연결합니다.
 
온 몸이 부서지는 것처럼 아프지만, 그래도, 천천히, 당신은 눈을 뜹니다.
 
눈을 뜨면 보이는건...
 
오로라.
 
붉은 색이 아닌, 청아한 푸른 빛의 오로라입니다.
 
양헤이링:내 말 들려? 린! 린! (그대로 당신의 시야를 잡아 삼키듯 얼굴을 가까이 들이민다.)
 
샤오 린:... ... 그래. 잘 보여. 너도. 오로라도.
 
양헤이링:아. 다행이다. 다행이야.. (환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뱉다 무언가를 꺼내려는 듯 뒤척이는 소리를 낸다.) 움직이지마. 너 지금 중상이야.
 
샤오 린:그래서 몸이 납덩이 처럼 무거웠구만... (크게 숨을 쉬다가 고통에 콜록인다) 정말... 넌, 어떻게... 죽는것도 마음대로 못 하게 하냐...
 
양헤이링:....죽기를 바랬으면 손을 놓았음 됐잖아. (붕대와 지압대를 꺼내려던 손을 멈추고, 아직까지 붙잡고 있는 손을 들어올립니다.)
너 자살할거면.... 손목을 긋지마라. 더럽게 아프더라.
 
샤오 린:... (키득 웃었다) 누가, 이렇게 간절하게. 날 데리러 오는데. 난 그걸 내칠 만큼 모질지 못하거든. 그래. 가슴에 새겨둘게.
 
양헤이링:...넌 쓸데없이 상냥해. 날 죽이지 못한걸 후회하면서도. 날 보고싶다고 말하는게 어디있냐? (이마를 한대 때릴까 싶다가도 고개를 젓고, 다친 곳을 꾹 눌러 지혈합니다.) 참아.
경찰...이랑 의사를 불렀어. 그 놈들을 잡으러 가겠지.
..미안. 혼자 고민하게 해서. 그런 일이 생기게 해서.
 
샤오 린:윽, (상처가 아파서 작게 신음하고는 네가 하는 말을 조용히 듣다가 입을 열었다) ... 아... 거기서 들은건 못 들은걸로 해 주면 안돼? 제법...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운데...
그리고, 됐어. 너는 네 방식으로 움직인 거라고... ... 내 멋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래.
그 정도는, 허락 해 줄거지?
 
양헤이링:... (어색하게 웃고는 저도 눈물을 손등으로 슥슥 문질러 닦습니다.) ...그래, 너도 내 인생 최대 변수니까. 그냥 튀게 놔둬야지.
아직 돌아가서 해야할 게 많아. 너의 이상도, 나의 이상도 한참 멀었잖아.
 
샤오 린:맞아. ...이 모든 걸 남은 사람에게 주고 가기에는 너무 무거울테니까. 조금만 더, 일 해야겠다. 갈 길이 멀겠네.
(입을 달싹이면서 잠깐 말을 고민하다가, 네 얼굴을 보고 말을 이었다.) 같이 걸어줄거지?
 
양헤이링:...그럼. .. 적어도 내가 그릇된 이상을 걸으면, 부숴줄 사람은 하나 필요했으니까.
.. 이제 그만 떠들고 눈 감아. 계속 말하니까 피가 계속 나오잖아! (신경질 적으로 말하고 네 눈을 손으로 덮어 가린다.)
 
샤오 린:으악. (눈 앞이 가려지니까 그냥 얌전히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건 자신도 마찬가지니까. 저번 처럼...)
(붉은 오로라가 뜨면, 다시 푸르게 하면 된다는걸. 널 보고 배워. 정말이지. 대단한 녀석이야.)
 
몸이 너무 아프고 무겁습니다. 눈꺼풀이 너무 무거워요.
 
불가항력처럼 눈이 자꾸 닫히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라요. 평온하게 모든 것을 끝내주는 휴식이 아니라,
 
약간 힘들고 지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나서 웃을 수 있는 휴식.
 
천천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눈발은 지금은 약하지만, 곧 두껍게 펑펑 내릴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설국이 되어버리겠지요.
 
방금 전의 혼란스러운 기억은 뭘까요,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환상일까요.
 
둘 다 현실? 아니면, 둘 다 환상?
 
당신은 현실과 피안을 넘나드는 혼란스러운 환상 속에서 천천히 눈을 감습니다.
 
아니,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정도 있습니다.
 
그래요,
 
죽을 뻔 했다가 간신히 돌아온 당신의 설국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END
 
23:32
설국 : 이미 죽어버린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