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 본 게시글에는 '비를 맞이하는 밤에' COC 시나리오의 내용이 전부 담겨있습니다.
플레이 하시지 않은 분이나, 시나리오를 플레이 할 예정이신 분들은 열람을 자제해주세요!
* 위 세션카드는 민트(@kkumill) 님이 제작하신 세션카드입니다. 문제시 삭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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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3
KPC 카이 레드포드
PC 유진 무어
여름으로 들어서는 어느 길목입니다. 이제 제법 후덥지근 해진 공기에 숨이 턱턱 막혀옵니다.
해가 푸르게 저무는 시간쯤 되자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 아직은 살만 하다는 느낌이 숨통을 탁 트이게 해줍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수고했어요, 유진.
이제 그만 귀가할 시간입니다.
초여름, 어슴푸레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유진은 익숙한 거리를 걷습니다.
그런데 어라, 갑자기 장대비가 제법 매섭게 쏟아집니다.
아침의 일기예보에도 없었던 비입니다.
이미 유진는 처마 하나 없는 길 한가운데에 서있습니다.
어디로든 대피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유진, 행운or민첩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7/38/15 |
Rolled: | 13 |
Result: | Extreme |
다행히 많이 젖지 않고 실내로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조금 찝찝하지만 금방 마를 정도입니다.
들어온 곳은 아무래도 새로 생긴 듯한 잡화점입니다.
전체적으로 화이트 톤의 모던한 인테리어로 꾸민 것이 제법 세련되었습니다.
다양한 생활잡화를 폭 넓게 취급하는 곳인지 수입 과자부터 어느 지역의 특산물, 정확한 쓸모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귀여우니까 된 게 아닌가 싶은 잡화까지 많은 것들이 옹기종기 전시되어 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니 우산도 있을 법한데 안타깝게도 같은 생각을 하고 먼저 달려온 사람들이 더 많았는지 계산대 옆에 놓인 판매용 우산 꽂이는 텅 비어 있습니다.
밝게 웃으며 인사하는 점원은 보이지만 비가 오는 날이어서 인지, 아니면 막 열린 가게라서 인지, 손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영 모자란 감이 있지만, 나름의 개업 기념 이벤트인지 내일은 맑은 날을 기념하며 하얀 천으로 만든 귀여운 인형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유령을 만든 걸까요? 동글동글한 두 눈이 제법 귀여운 인형입니다.
유진, 관찰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1/35/14 |
Rolled: | 93 |
Result: | Fail |
일본의 테루테루 보즈라는 맑은 날을 기원하는 인형인 듯합니다.
점원이 인형을 유진에게 내밀며 활짝 웃습니다.
“이 인형을 가져가세요. 좋은 일이 있으실거예요.”
유진 무어: ....비라도 갠다는 말인가요?(신기한 듯 인형을 쥐고선 이리저리 둘러본다.) ...좋은일이 있다면 우산이 있었음 했는데.
"손님은 혹시 테루테루 보즈가 뭔지 아시나요?"
유진 무어: 창문에.. 매달아두면 비를 개게 해주는 그런거 아닌가요? ..일본 문화는 잘 몰라서 모르겠지만..(일단 고민하다 제 노트북 가방에 달아본다.)
"오, 맞아요! 테루테루 보즈를 이렇게 바로 세워서 처마 밑에 장식하면 비가 그친다고 하죠. 가지고 계시면 혹시 모르죠. 손님을 슬프게 하는 저 비가 그칠지도요. 아쉽게도 우산은 다 팔리고 없으니 이거라도 드릴게요!"
유진 무어: 공짜라서 좋기야 하지만.. 그 쪽 말대로 비라도 개면 좋겠네요.(어색하게 웃고는 비가 내리는 밖을 바라본다.) ...박스같은거라도 있나요? 쓰고 가게..
(흘끗 테루테루보즈를 바라본다. 관찰 판정..되려나..?)
"분명 갤테니 걱정마세요! 박스 같은 게 있으려나.. 밖에 나가서 비가 얼마나 오는지 봐주실래요?"
유진, 관찰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1/35/14 |
Rolled: | 79 |
Result: | Fail |
하얀 천으로 만든 귀여운 테루테루 보즈네요. 점원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겠죠!
유진 무어: (밖으로 잠시 얼굴만 내밀어 비가 얼마나 오는지 확인해본다.) 많이..오는 것 같은데. 사실 레인코트라 별로 상관은 없지만... 보슬비는 아니니까요. 아님 신문이라도..
잡화점에서 빼꼼 고개를 내밀어 올려다본 하늘은 아까 보다도 더 많이 내리면 많이 내리고 있지, 그칠 기미가 보이지는 않습니다. 점원을 믿고 기다리기도 힘들고, 이만 돌아가지 않으면 집에 못 돌아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때, 유진의 옆에 누군가가 다가와 우산을 기울입니다.
…? 다가와 우산을 기울인 그 사람은… 1년 전에 분명히 사라진 카이입니다.
유진을 제외하곤 누구도 존재를 기억하지 못했던, 심지어 그의 가족조차 아들이라는 존재가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버린 카이요.
벚나무 아래에서의 만남이 있었던 날을 끝으로 그를 보지 못했죠.
유진은 한번도 카이를 찾아가지 않았으니까요.
유진은 그날 이후 카이를 잊고 이별을 준비하며 떠났죠.
카이는 마치 그 일이 전부 거짓말같이 유진에게 인사합니다.
유진, 이성 체크.
유진 무어:
Value: | 74/37/14 |
Rolled: | 23 |
Result: | Hard |
투명한 비닐우산을 기울이며 카이는 유진에게 인사를 건넵니다.
카이 레드포드: (빙긋 웃으며) 오랜만입니다, 진 씨. 우산, 없으신 것 같은데 제가 씌워드려도 되겠습니까? 가시는 길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유진 무어: .....카이.....씨..(네 쪽으로 무의식적으로 다가가려다, 가게 안쪽으로 되려 뒷걸음질 친다. 관찰판정)
유진, 관찰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1/35/14 |
Rolled: | 86 |
Result: | Fail |
카이는 마지막에 만났던 그 모습 그대로 유진의 앞에 서 있습니다.
뒷걸음치는 유진의 모습에도 카이는 옅은 웃음을 짓네요.
카이 레드포드: 오랜만인데.. 그렇게 피하시면 저도 상처 받습니다.
유진 무어: ...카이씨..가 여기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카이씨는... 지금 뉴욕에 있습니다. 누구시죠? 왜 그런 모습으로..(하필 왜 저 모습으로 나타난건지, 싶어 잔뜩 경계한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심리학판정)
유진, 심리학 판정.
유진 무어:
Value: | 47/23/9 |
Rolled: | 77 |
Result: | Fail |
유진은 경계하며 카이의 모습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카이에게 위험은 느껴지지 않는 것 않은데...
카이 레드포드: 벚나무에 있어야한다.. 고 말씀하고 싶으십니까? (옅게 웃고는) 지금은 벚나무에 있지 않습니다. 듣고 싶으시면 저랑 같이 가지 않으시겠습니까? 믿어주십시오. 진 씨를 속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유진, 아이디어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5/37/15 |
Rolled: | 76 |
Result: | Fail |
(행운 1차감)
행운 사용 확인. 행운 1 차감해주세요.
의심스럽지만 착각이 아닙니다.
카이는 1년 전에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것 또한 진짜 카이가 맞습니다.
무언가 자신에게 기묘한 일이 일어났다는 확신이 듭니다.
유진, 이성 체크.
유진 무어:
Value: | 74/37/14 |
Rolled: | 60 |
Result: | Success |
카이 레드포드: 저희, 오랜만이지 않습니까? (네게 손을 내밀며) 진 씨랑 대화도 하고 싶고… 집까지만… 집 근처까지만 같이 가면 안 되겠습니까?
유진 무어: ...벚나무에...그걸 당신이 어떻게...(눈을 크게 뜨고선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 네 쪽으로 조심조심 내민다.) ..... 진짜 카이씨인가요? ....어떻게 다시 돌아오신.... ..... (네 이어지는 말에는 입을 다문다.)... 또 돌아가셔야..하는건가요? 그 벚나무로...
카이 레드포드: 나무가 된 당사자인데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너와 손을 잡으며 빙긋 웃는다.) 예. 접니다. 진 씨를 기다리는 벚나무, 카이. 돌아왔다고 하긴 힘들지만.. 그 벚나무로 돌아가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서서 이야기하기엔 끝이 없으니 가면서 이야기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비도 이렇게 오고.
여전히 하늘에서는 시원한 빗줄기가 야속하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늘 밤 중으로 그칠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상태라면 다른 방법도 마땅치 않을 것 같습니다.
카이의 제안처럼 그냥 같이 우산을 쓰고 가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 것 같네요.
유진이 맞잡은 카이의 손은.. 시체처럼 온기가 없이 차갑습니다.
확실히 이건.. 살아난 건 아닌 것 같네요.
유진 무어: (네 손을 잡으면 잠깐이나마 희망을 가졌던 얼굴이 다시 딱딱하게 굳는다. 뭘 기대했던걸까, 마음 속은 그저 어둡다. 1년 전에부터 그랬듯.) ....벚나무로는 돌아가지 않나요? ...마지막으로 그럼.. 천국이든 어디든, 가기 전에 저를 찾아오신건가요? (가게를 나와 네가 쓴 우산 안쪽으로 걸어들어간다.)
유진이 집에 바래다주는 것을 승낙하고 나면 카이는 커다란 비닐 우산을 펼칩니다.
투명하고, 평범한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비닐 우산이네요.
하지만 우산은 무척이나 커서 두 사람이 들어가기에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한 사람의 어깨가 조금 젖을지도 모르지만, 붙어서 걸으면 그럭저럭 괜찮을 것 같습니다.
카이 레드포드: (네 얼굴이 굳는 걸 보며 흐린 웃음을 짓는다.) 얼굴이 왜 그러십니까. 예전보다 더 안 좋아지신 것 같습니다. (우산 안으로 들어온 너를 가까이 당기고 한 손으론 우산을 들고 다른 손으론 네 어깨를 감싼다.) 마지막이라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지금은.. 벚나무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있을 뿐인겁니다. (옅은 웃음을 머금고 천천히 길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유진은 카이와 함께 비가 오는 어둠 속을 걷기 시작합니다.
잡화점에 들어가기 전 까지만 해도 해가 어슴푸레하게 비구름 사이로 몸을 가릴 적이었는데 어느새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졌습니다.
달님조차 모습을 가린 완전한 어둠 속, 가로등도 없는데 투명한 우산 너머로 보이는 시야는 제법 밝아 걸어 돌아가는 데에 지장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카이는 아무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고보니 여기서 집까지 걸어 돌아갈 수 있는 거리였었나요?
1년 전에 죽은 것이나 다름 없는 카이가 유진의 집을 알고 있던가요?
기묘하지만 이 우산 안에서는 묘한 안정감이 듭니다.
함께 길을 걸으며 가다보면,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모습이 아주 묘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투명한 우산 너머로 보이는 얼굴은 평범한 40대의 샐러리맨인데, 우산 아래 제 발치로 보이는 시야에는 꼬리가 보입니다.
뱀처럼 길고 가는 꼬리가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시 보아도 우산 너머로 보이는 시야에서는 평범한 인간입니다.
신기한 일이네요.
카이는 그 사람을 가리듯 네 시야를 가리며 아무렇지 않게 걸음을 재촉해 유진을 이끕니다.
카이 레드포드: 진 씨. 그냥 저만 보고 계속 따라오셔야합니다.
유진 무어: (잠시 앞에서 걸어오던 사람의 꼬리를 잠시 바라본다. 망자의 길 같은건가, ...아님 그 벚나무때처럼, 제가 모르는 다른 게 또 있을 지 모르지. 고개만 끄덕인다. 적어도 네가 확실하다면 네가 저에게 해가 될 일을 하진 않을테니까.) 거기서도 계속 저를 보고계신가요? ...벚나무가 아니라.. ,..지금 살고 계신 곳은 여기인가요?
카이 레드포드: (고개를 끄덕이는 너를 보며 웃고는 우산을 쓴 채 그대로 그 사람을 스쳐 지나친다.) 진 씨를 직접 뵙는 건 그 날이 이후 지금이 처음입니다. 처음엔 계속 벚나무에 묶여 있었고.. 지금은.. 글쎄요. 다른 이들 말로는 드림랜드.. 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있는 곳이. 진 씨를 만난 건 순전히 운.. 입니다만.. (너를 향해 활짝 웃는다.) 다시 뵐 수 있어서 정말.. 기쁩니다.
유진 무어: ...드림랜드? (앞에 또 다른 사람이 혹여 걸어오는가 멍하니 앞만을 주시하며 계속 앞을 향해 걸어나간다.) .... 그런가요, 벚나무에만 있음 갑갑할테니까. ....오히려 그게 더 잘 된걸지도 모르겠네요. ....저를 계속 기다리기만 하는건 힘드니까요. (노트북 가방을 쥔 손을 바꾼다.) ..저도 기쁩..니다. 카이씨는 여전히... 절 사랑하고 계신가요? 거기서 혹여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던가...(조심스러운 어조로 말을 잇는다.)
카이 레드포드: 예, 드림랜드. 이 세계의 주인이 만든.. 놀이동산 같은 세계... 인 가봅니다. 저도 어느날 보니 여기에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누가 여기에 절 옮기 놓기는 한 모양입니다. 전 벚나무에서 계속 진 씨를 기다려도 상관 없었지만... (네 질문에 표정을 살짝 굳혔다가 푼다.) .. 진 씨. 제가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사람으로 보이십니까? (곧 섭섭하다는 듯 풀어진 웃음을 짓는다.) 죄송하지만 죽어서도 여전히 진 씨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이대로 총각귀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장난스레 답하며 네게 머리를 기대본다.)
유진 무어: 이 세계의 주인.... (누가 너를 여기로 옮겨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말에 걸어가면서 잠시 주변을 둘러본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려나.)나무에 계속 있다면..그 편이 오히려 더 무료하고 재미 없을테니까요. ...(그저 네 말을 다 듣고선 고개만 끄덕인다. 내가 아는 너는 적어도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 카이씨, 그냥.. 저를 잊으셔도 됩니다. 다른 사람을 사랑해도 괜찮고요. .. 죽은 자랑 산 사람이랑은 많이.. 다르지 않습니까. 기다린다고 해도 제가 죽어 여기로 온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카이씨가 괴로울바엔... (네가 머리를 기대면 조금 긴장한 기색으로 잡고있던 네 손을 꽉 붙잡는다.)
카이 레드포드: 진 씨에게는 위험한 세계입니다. 사람만 존재하는 게 아니니까. (주변을 둘러보는 너를 보며 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시야를 가린다.) 생각보다 그리 무료하진 않습니다. 인간일 때와는 감각이 달라져서 그런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올곧게 네 눈을 마주보며)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죽었으니 더더욱. ... 이런 말이 살아 있는 진 씨에게 부담이 될까봐.. 오히려 그게 저겐 더 걱정입니다. (네 손을 마주 꽉 잡는다.) .. 진 씨야말로.. 새로운 사람을 찾으셔야하는 거 아닙니까? 저랑은.. 다르지 않습니까. 살아계시지 않습니까. .... 얼굴.. 수척해지셨습니다. .. 얼마나 마르신겁니까?
유진 무어: 카이씨...는 유령이니까 괜찮은거구요.(쥔 손을 더 꽉 마주잡으면, 더더욱 제쪽으로 전해오는 차가운 네 체온에 허망한 듯 힘을 주고 있던 걸 풀어낸다. 네 얼굴이 가까이 보이면 눈을 여러번 깜빡인다.) ... 구경할 거리도 많기야 해서 그럴수도 있으시겠지만...(아까 꼬리 보셨나요? 잠깐 장난스럽게 말한다.) ....카이씨, 그 때건 지금이건... 바라보고 있는 세계가 다르다면 저희는 더더욱 서로를 잊어야합니다. ...저도 노력하고 있고... 카이씨가 그러지 않았나요, 행복해져달라고. .....제가 새로운 사람을 찾아도 카이씨는 괜찮으신건가요? (목이 타는지 한번 마른 침을 삼킨다.) 그다지 안 말랐습니다. 그냥....중동이니까, 일이 험해서....(슬쩍 말 끝을 어물쩡 넘긴다.)
카이 레드포드: ... 예. 죽은 사람이니 영향이 올 리 없는 겁니다. (차가운 말이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자신은 죽었으니까. 그래서일까. 네 손에서 힘이 풀리면 안타까운 얼굴로 그 손을 꾹 계속 붙잡는다.) 진 씨가 올거라고 믿으면.. 그런 시간 따위 전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예, 봤습니다, 꼬리. 하지만 우산 너머로 보려고 하시면 안됩니다. 살아있는 진 씨에겐 별로 좋지 못할겁니다. .... (네 말에 대답하지 않고 슬픈 얼굴로 웃는다.) ... 서로를 잊으라고 말씀하시면서... 그렇게 물으십니까? .... (겨우 나온 말을 그 뿐. 네 질문에는 답하지 못한다. 그게 제 감정을 대변하는 답이기도 했다. 참 이기적인 사람이지, 나라는 사람도. 그저 네 손을 잡고 걸음을 옮기며 시선을 앞으로 던진 것이 전부였다.) 행복해지시긴.. 하신 겁니까? 행복하셔서 찾아오지 않으시는 줄 알았는데... 마르셨습니다. 일이 많이 힘드십니까? 밥은 제대로 드시고 계십니까? 잠은 잘 주무십니까?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유진 무어: ...(집까지 굳이 가야할까. 그냥 잠깐 멈춰서서 더 네 얼굴을 보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눈을 마주칠 수는 없을까. 여러 생각이 앞서지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도 전부 네가 죽었다는 걸 이젠 자각하고 있기에 드는 생각임을 안다. 죽었으니 어쩔 수 없는 거야, 그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어쨌든 제가 헤쳐나가거나 극복해야할 것 중 하나니까.) ....알겠습니다. 꼬리가 멋지다고 칭찬하는 것도 안됩니까?(푸스스 웃는다.) ...저는... 전 카이씨가 행복하다면 그걸로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카이씨가 행복해지시면 저도 행복해지는 거니까요. 그게 서로 잊어가는 일이니까요. (네 말에는 저 역시 대답하지 않는다. 잊자고 말은 해도 과연 네가 잊혀질까.)
카이 레드포드: (자나깨나 네 걱정이다. 처음 죽음을 맞이하던 그 때부터, 이미 자신에게 더 나아갈 길이 없어졌을 때부터 자신의 생각이 가지는 종착지는 네가 됐다. 그런데 너는 전보다 더 힘들어보인다. 그게 자신 탓이라고 생각하면.... 애써 너를 따라 웃는다.) 꼬리가 멋지다는 칭찬 정도는 괜찮습니다. .... 그거, 저도 마찬가지라는 거 아십니까? 진 씨가 행복하시면.. 그러면 저도 저도 행복합니다. (그게 서로를 잊어가는 길이라는 말에 묵묵히 쓴 감정을 삼킨다. 그게 널 위하는 일이라면 자신도 받아 들여야겠지.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그저 맞잡은 손을 꽉 잡는다. 애써 말을 돌리듯) ... 진 씨. 요즘은.. 어떻게 지내십니까? 못 찾아오실 만큼.. 바쁘셨습니까?
유진 무어: 다음에 오는 사람... (사람이라고 해야하나. 잠시 끙, 앓는 소리를 낸다.) 오는 분은... 꼬리가 있는 분이면 좋겠네요. 날개가 달려있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거짓말. (방금까지만 해도 새 사람을 찾는다는 말에 망설였으면서. 그렇게 행복해지면 과연 너도 행복해질까. 굳은 표정이 이번엔 슬픔으로, 절망으로 차오른다. 괜찮습니다 카이씨, 당신을 두곤 행복해질 수 없을 것 같아요. 목까지 넘어온 말을 다시 삼킨다.) 행복...해지면 찾아가려고 했습니다. 벚나무에는... 우울한 모습을 보는 것보단 그게 카이씨한테 나을 것 같아서...
카이 레드포드: 그리 흥미를 가지지 않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저를 빼곤 다 해롭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으십니다. .....(거짓말이라는 네 말에 무어라 답을 하려다가 입을 다문다. 그래, 거짓말이다. 네가 다른 사람과 만나 행복해진다고 해서 자신이 행복할까. 솔직히 그러진 못 할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을 입밖으로 내뱉지 못하는 건, 자신이 이미 죽어버린 탓이다. 네 얼굴에 비치는 절망을 알면서도 답해주지 못하는 것도 그런 탓이었다.) ... 언제쯤... 행복해지시려고 그러십니까. 물론 진 씨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싶긴 하지만... 전.. 얼굴을 뵐 수만 있어도.. 충분한 사람이었습니다. (쓰린 얼굴로 너를 보며 슬픈 웃음을 머금는다. 맞잡은 손을 들어 네 손끝에 입을 맞춘다.) 정말.. 걱정 되는 분.. 입니다. 진 씨는.
유진 무어: 다 해롭다.... ...여기는 그런 분들밖에 없는건가요? 뱀이나...날개가 달린. ....(그렇담 여기 있어서 되려 더 외로운 건 아닐까. 고개를 잠시 기울인다.) 괜히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카이씨도 괴로워하실 것 같아서. 살아있을 때처럼 또 자책하실까봐..(예전 생각에 잠시 가벼운 웃음을 얼굴에 띄운다. 눈이 다쳤다고 자기 탓이라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눈에 아직도 밟힌다.)절 그리워마세요 카이씨. ...여기서 이제 다른 행복을 찾으세요. 그러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저도 그럴테니까.. ....본인은 어떻구요. 연극에 보내놨더니, 이런 꼴이 되었는데...제가 더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어색하게 웃는다.)
카이 레드포드: 거의 그렇다고 보시면 됩니다. 저야 익숙해졌으니 괜찮지만... (말 그대로 꽤 익숙하다는 얼굴로 주변을 살피며 걸음을 옮긴다.) ... 그야 힘듭니다. .. 제가 지켜드리지 못해서 그렇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으니까.. (지금도 네가 걱정된다. 자신은 더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데, 네 곁에 있을 수 없는데 네가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 (약속을 바라는 네 말을 역시나 답을 하지 않는다. 역시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말이다.) .. 연극 일은.. 죄송합니다. 그냥.. 제가 운이 좋지 못했습니다. (네게는 없는 기억이겠지. 자신이 왜 그곳에 갔는지. 그 때 일은 지금 생각해도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닌지라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발을 앞으로 옮긴다.)
얼마나 온 걸까요?
여전히 어두운 거리에는 때때로 사람들이 보이지만, 이렇다 한 것 없이 평범한 풍경이 지나갑니다.
물을 머금은 가로수는 바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달빛도, 가로등불도 없지만 우산 너머 투명한 시야는 밝기만 합니다.
어쩐지 신비한 분위기가 풍기는 거리입니다.
완전히 검은 것 같았던 하늘도 오래 보고 걷고 있으니 어느 때에는 푸른색, 또 어느 때에는 보랏빛으로 물듭니다.
제법 다정한 빛깔로 물이 든 밤, 우산에 툭툭 부딪혀 떨어지는 빗소리가 기분 좋습니다.
그 때, 문득 스산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유진, 듣기 판정.
유진 무어:
Value: | 30/15/6 |
Rolled: | 30 |
Result: | Success |
가까운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립니다. ‘테켈리-리-’하는 울음소리입니다.
그 때, 카이가 유진을 조금 더 우산 가까이로 끌어들입니다.
그리고 잠시 멈추어 서서 유진의 눈을 바라본 채로 말합니다.
카이 레드포드: 진 씨. 그거 아십니까? 이 우산 속은 저희 둘만의 세상입니다. 주변과 분리된, 하나의 세계인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네게 고개를 기울이고 웃는다.) 무사히 집에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 손을 꼭 잡고 제쪽으로 가까이 들어오셔야 합니다. 이곳에선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유진 무어: (이상한 울음소리에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것도 잠시, 네 말에 고개만 끄덕이고는 네 쪽으로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간다.) ....이것 자체가 하나의 세계라니. ...엄청 협소하네요.(우산의 면적을 눈으로 가늠하듯 재고는 입을 가린채 웃는다.) ...죽고 나선 마법사로 취직하신건가요?
카이 레드포드: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온 너를 보며 옅게 웃는다.) 작은 세계지만 나쁘지는 않으실겁니다.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으시게 하겠습니다. (네 웃음이 보기 좋아 빙긋 따라서 웃음기를 머금곤) 예. 지금은 잠깐 마법사가 되어 볼까 합니다. 쓸 수 있는 마법은 그다지 없습니다만.
카이는 자신만 믿으라며 유진 쪽으로 우산을 조금 더 기울입니다.
유진, 관찰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1/35/14 |
Rolled: | 34 |
Result: | Hard |
카이의 한쪽 어깨가 우산 밖으로 나와있습니다.
우산 밖에 보이는 카이의 어깨는 기묘한 보랏빛 비로 축축히 젖어 있습니다.
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투명 우산 건너편의 아름다운 하늘과는 전혀 다른, 온갖 색 물감을 난잡하게 섞고 엎은 듯 회색 빛의 지저분한 세상입니다.
유진 무어: (고개를 기울이며 바라본 네 어깨가 잠시 젖어있어 너를 슬쩍 올려다본다.) ... 그건 장난하려고 말한거죠? .... 그냥, 이상한 것도 그렇고... 투명우산임에도 다른 분들이 딱히 제가 있단걸 눈치 못 채는 것 같기도 해서. ....카이씨, 어깨 젖고 있는데..
카이 레드포드: 장난같으십니까? (작게 웃고는) 장난은 아닙니다. 이 우산 아래는 정말 다른 세계와 비슷합니다. 자세히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이 우산 아래에선 안전하실 거라고, 그것만은 확답드릴 수 있습니다. (네 말에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기울여 웃는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젖어도 상관 없으니까요. 어서 가시죠. 빨리 도착하면 저도 덜 젖을 겁니다.
유진 무어: ....산 사람에게는.. 21세기 과학시대를 살고 있는 저에게는 장난처럼 들리네요. ....(네가 말해도 차피 못 알아들었을 것이기에, 그저 고개만 젓는다.)역시 자책하고 계시고 있지 않나요. 그래서 더 벚나무 쪽으로는 안 갔던겁니다. ...(약속은 역시 어려운 일인걸까, 저에게도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한숨을 푹 내쉰다.) ...(그렇지만 빨리 가면 카이씨와도 빨리 헤어지게 되잖아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카이 레드포드: 죽고나고 느낀 건... 세상은 생각보다 마법 같은 일이 많다.. 라는 거였습니다. 이 세계도 그렇고. (고개를 젓는 걸 보며 잠깐 고개를 내렸다가) ... 자책.. 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이겠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벚나무라 어디도 갈 수 없었으니까.. (작은 네 중얼거림에 슬픈 표정을 짓고는 너와 이마를 맞댄다.) .. 여기 오래 계셔서 좋을 게 없습니다. 얼른 돌아가시는 게 진 씨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부탁드립니다. 비도 오니까.. (가깝게 맞닿은 시선으로 애써 웃는다.) 집 가셔야하지 않습니까.
유진 무어: 그런가요. ....저도 죽고 나서 조금이나마 경험해 볼 수 있음 좋겠네요. 마법이란건. (네가 그렇게 된 일이나, 지금처럼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보아선 그리 환상적이고 몽환적이지만은 않겠지만.) ..... 한번쯤 가보는 것도 나쁘지야 않았겠지만. ...(제 이기주의도 조금 어려있겠지, 그 벚나무를 보면 바다에서 벚꽃처럼 사라진 네 모습이 어른거려 숨이 막힌다.) ....(너와 이마를 맞대면 그때 못했던 입맞춤을, 다시 살짝 입술을 부딪힌 채로 우물거리다 떨어진다.) ....그 때 못해드렸던겁니다. ...이젠 정말 마지막일테니까요. (어깨도, 마음도 무겁다. 네 말에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조금 빨리한다.)
카이 레드포드: 진 씨도 언젠간 경험하게 되실겁니다. 그때가 되면.. 제가 선배일테니.. 이곳에 오시게 되면 제가 여러모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퍽 이 세계에 익숙해진 듯 여유로운 얼굴이다.) 그마저도 지금은 벚나무에서 떨어졌으니 오셔도 제가 있지는 않을테지만... (아마도 힘들겠지. 그 벚나무의 기억은 네게 좋지 못할테다. 어쩐지 그런 느낌이다. 괜찮다는 듯 눈꼬리를 내려 편하게 웃음을 짓다가 입술에 가볍게 닿은 감촉에 잠깐 눈이 커진다. 곧 행복에 젖은 얼굴로 맑게 웃음을 짓는다.) ... 이 키스를.. 제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실겁니다. (순수한 기쁨. 너와 다시 입을 맞춘 그 기쁨. 그 덕인지 기쁜 웃음을 머금곤 너와 걸음을 맞춰 다시 네 집으로 향한다.)
천천히, 천천히 유진과 카이는 우산 안에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움직입니다.
곧 주위는 완전히 어두워졌다가,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찹니다.
그럼에도 느리게 우산 너머의 시야를 믿은 채로, 겨울날 언 손을 달래는 온기처럼 조심스럽고 다정한 카이의 손을 잡고 나아갑니다.
마치 이 세상에 둘만 남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정말 두 사람만이 세상에 남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 우산 안은 하나의 세계, 둘만의 세상이니까요.
유진, 아이디어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5/37/15 |
Rolled: | 84 |
Result: | Fail |
(강...행하자)
유진, 아이디어 강행 판정.
유진 무어:
Value: | 75/37/15 |
Rolled: | 69 |
Result: | Success |
유진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습니다.
이 새하얀 길, 한 여름에 눈 위를 걷는 듯, 나약한 인간의 몸으로 빛의 속도를 달리는 것만 같은 이 우산길을 따라가면 분명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
조금 더 걷자 익숙한 거리가 보입니다.
유진의 집으로 가는 거리입니다. 이제는 집도 눈 앞에 보입니다.
정말 걸어서 무사히 돌아왔네요.
카이는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보입니다.
이제 그만 헤어 질 시간이에요.
카이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지금이 마지막이겠죠.
유진을 바래다줬으니 카이는 다시 돌아가야할 겁니다.
카이는…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유진 무어: ...카이씨.. (헤어짐을 알기에 집에 다다르면 고개를 푹 숙인다.) 마지막이니까, 약속해주세요. .
카이 레드포드: (우산을 든 채 고개를 내리며 옅게 웃는다.) ... 무슨 약속을 원하십니까?
유진 무어: 이제 다른 행복을 찾겠다고.... 저 없이도 괜찮게 살 수 있게끔요. ...저를 붙잡고 있지 마세요.
카이 레드포드: (네 말에 그저 대답 없이 웃고는 고개를 더 기울여 내려 네 입술에 입을 맞춘다.) ... 다음에 다시 뵙게 되면.. 그렇게 된다면.... (잠깐 말을 삼키곤) 이 비가 그치면... 답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그 답은.. 지금은 보류하겠습니다. .. 진 씨. 건강하셔야합니다.
유진 무어: 카이씨는 저를 희망고문이라도 시키실 셈인가요. (감정이 받쳐올라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다음이란게 어디있나요. ...비가 그치면 그 세계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하나요? .... 약속해주세요, 미련없이 카이씨도, 저도 서로를 잊어가기로 하자고. 그게 얼마나 힘들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카이 레드포드: ..... (그래. 대답을 회피하는 일은 너를 희망으로 고문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건....) ... 세상엔 저희가 모르는 마법이 많습니다. ... 언젠간.. 다음이라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 하지만.... 진 씨가 그걸 바라신다면.... 제가 어떻게 거부하겠습니까. (슬픈 얼굴로 너를 보며 억지 웃음을 머금는다.) ... 안녕히 계십시오. .. 언젠가... 다시 뵙겠습니다. ... 행복, 해지셔야합니다. (안녕, 사랑하는 사람. 너를 위해 결국 그 말을 삼킨다.)
유진 무어: 그건 기약없는 약속일 뿐이니까요. 헛된 희망을 품을바엔 전...... ......카이씨도, 행복해지셔야합니다. ... 절 잊어주세요.계속 그리워하고 바랄 뿐이라면 차라리... 살아가는게 다르다면 당연한 이별이니까. (안녕, 사랑하는 카이씨, 그럼에도 저는 매일 잠에 들기 전에 네게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잊겠다고 말했으나 제가 어떻게 너를 잊을 수 있을까. 우산 밖으로 나와 집 바로 밑에서 너를 바라보면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눈으로 어색하게 웃어본다.) .... 정말로, 정말 마지막이니까. 안녕.
카이 레드포드: .... 진 씨를 힘들게..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 노력, 해보겠습니다. ... 그러니.. 제가 노력하는만큼.. 행복하셔야합니다. (노력해도 의미는 없겠지. 그러기엔 지금도 매순간 너를 그릴만큼 사랑하는데. 마지막만큼은 네게 웃는 얼굴이고 싶어서, 울 것 같은 네 웃음에 웃음으로 마주한다.) .... 안녕히.
카이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립니다.
그리고... 카이가 돌아서려는 순간, 유진이 가지고 있던 테루테루 보즈가 바람도 없이 한바퀴 빙글 제자리에서 돕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우산에 톡톡 퉁기던 비의 소리가 그치고
아름다운 달빛이 두 사람의 귀가를 맞이합니다.
거짓말처럼 구름 한 점 남지 않은 밤 하늘은 완연한 여름과 같습니다.
달무리도 지지 않은 달은 은은하면서도 다정하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마치 두 사람의 귀가를 반겨 주는 것만 같습니다.
우산을 접은 카이도 조금 놀란 듯 눈을 크게 뜹니다.
그리고는 주위의 풍경을 천천히 둘러봅니다.
비가 그친 후의 시원한 공기가 카이의 코 끝을 간질입니다.
한번 깊게, 또 진하게. 음미하듯이 호흡을 내뱉은 카이가 유진을 바라보며 울 정도로 기쁜 듯 묻습니다.
카이 레드포드: .... 진 씨. .... 저, 역시 안 되겠습니다. (한손에 접은 우산을 든 채 너를 와락 끌어 안는다.) ... 당신이 아니면 행복할 자신이 없습니다. 잊고 싶지도 않습니다. 당신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행복합니까. 지금도 이렇게 사랑하는데. .... 같이..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 진 씨 곁에 있고 싶습니다.
유진 무어: (네가 끌어안으면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에 맺혀있던 눈물을 손으로 비벼 닦는다. 당황한 목소리로, 어쩌면 네게는 바보같이 들릴지도 모르는 목소리로 멍하니 네 이름을 부른다.) ...카이...씨..? 같이..있어도 되나요? ....카이씨는 죽은게..(네 손을 잡아본다.)
유진, 카이의 손을 잡았나요?
그렇다면 분명히 느껴질겁니다.
예전과 같은 그 온기가요.
마법이라도 벌어진걸까요? 테루테루 보즈가 정말 행운이라도 가져온걸까요?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카이는 분명 온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카이 레드포드: (멍한, 어쩌면 조금은 바보같은 반응에 그저 웃음을 짓고는 네 손을 꽉 잡는다.) ... 같이 있어도.. 됩니다. ... 비가 그쳤으니까.... 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온기를 머금은 손으로 네 손을 붙잡고 입술을 맞춘다. 역시나 온기를 가진 입술이 맞닿는다.) ... 같이.. 있어도, 되겠습니까...?
유진 무어: ...어째서 ..따뜻한... (따뜻한 네 손이, 방금까지만 해도 차갑기만 하던 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러번 놓고, 다시 맞잡는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너를 바라보면 입술이 맞닿아 그대로 너와 입을 맞추며 눈을 깜빡인다. 눈꼬리 꾹 참고 있던 눈물이 한방울 툭 떨어진다.) ...비가 그친...걸로 그렇게, 살아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마법인가요? .... 같이 있다는게 오늘 하루거나, 혹은 다시 비가 오기 전..까지인가요..?(역시나 멍하니, 네가 들으면 우습게 들릴만한 말.)
카이 레드포드: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몇 번이고 너와 손을 잡는다. 스스로에게도 확연히 느껴지는 온기에 자꾸 웃음이 나온다. 네게 뺨을 부벼 눈물자국을 닦아낸다.) 그 비가 내리는 한은... 저는 돌아가야했습니다. 그랬는데.... 예. 마법입니다. 21세기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마법입니다. (네 말에 그저 좋은 듯 웃으며 이마를 맞댄다.) ... 계속입니다. 전처럼 계속.. 같이 잠들고 같이 일어나서.. 같이 손 잡고 봉사도 나가고.. 그럴 수 있습니다. ... 그럴 수 있게.. 곁에 있도록.. (맑은 웃음을 짓는다.) ... 허락해주시겠습니까?
유진 무어: (네가 뺨을 부비면 한쪽의 눈만 꾹 감은 채로 네 어깨를 잡는다. 뺨이 떨어져 이마를 맞대면 네 얼굴을 확인하듯 유심히 바라보다, 결국 참아왔던 눈물이 몇방울씩 이어 떨어진다.) ...꿈인가요? 아님.. 저도 다른 그 이상한 세계에 있는게 아니고요? ..아직도 안 믿기는데, 전.. 전.... (이어지는 네 말에는 결국 한발자국 멀어져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늘 바래왔지만 못했던 것들, 늘 닿고싶었지만 하늘의 달에 대고밖에 못했던 것들이라. 훌쩍이는 울음소리나, 울음을 삼키는 소리가 새어나온다.) 당연히, 당연히 괜찮습니다. 카이씨 없이 제가 어떻게 행복해지나요. 다시 행복하게 만들어 줬던게 당신인데, 제가 어떻게 카이씨를 떠나보내나요.
카이 레드포드: (네가 어깨를 잡으면 제 얼굴을 보여주듯 웃으며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눈물방울이 연이어 떨어지면 왜 우냐는 듯한 시선으로 웃음을 짓는다.) 뺨이라도 꼬집어 드리면 꿈이 아니라고 믿어주시겠습니까? 지금은 그 세계에서 나왔습니다. 빛을 통과한 후부터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렇게 안 믿기십니까? .. 하긴, 저도 믿기지는 않지만... (왜인지는 자신도 모르겠지만 이 기회를 놓칠만큼 어리석은 자신도 아니었다. 자신에게서 한발자국 멀어져 울음을 보이는 너를 보며 어쩔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한걸음 다가가 끌어안는다. 이젠 네 곁에 있을 수 있다.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 이젠....) 제게도 진 씨가 행복입니다. 이젠.. 답해드릴 수 있습니다. .. 당신 없이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다시..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제가,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잡아주십시오. 곁에 있어달라고..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유진 무어: 곁에 있어주세요 카이씨. 다시 그렇게 멀어지셔도 안됩니다. ...다른곳으로 가는 것도 허락할 수 없고, 가다린다는 것도 납득할 수 없으니까.. 앞으론 쭉 옆에 있어주세요. 절 잊지 말아주세요. 약속해주세요 카이씨. 다신 이런 이별이 없다고 약속해주세요. (아까의 약속과는 달리 진심으로 제가 뱉고 싶었던 말, 한쪽 손으로만 눈물이 흘러 엉망이 된 얼굴을 문질러 정리하곤 목도리를 끌어올려 얼굴을 가린다. 다른 쪽의 손을 네 쪽으로 내민다. 역시 훌쩍이는 소리 때문에 엉망인 목소리지만 지금은 그걸로도 좋다는 듯.)
카이 레드포드: 곁에 있겠습니다. 이젠 진 씨와 멀어지지 않겠습니다. 어디에도 가지 않고 기다리시게 하지도 않겠습니다. 진 씨만큼은 잊지 않습니다. 약속드리겠습니다. 다신.. 이별하지 않겠습니다. ...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진 씨. (내내 참아온 말. 죽었기에 꺼내지 못했던 말들이 솔직하게 터져 나온다. 네 손을 잡고 놓지 않겠다는듯 힘을 싣는다. 지금은 그저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만큼 맑은 미소가, 얼굴 가득 번진다.)
... 아무래도 오늘 밤은 카이와 둘이 보내게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저 얼굴에 담긴 미소는 분명 오늘 밤뿐이 아니겠죠.
비가 그친 다정한 밤.
카이는 유진의 곁으로 돌아왔으니까요.
비가 갠 하늘의 시원함이 두 사람을 향해 웃어주는 것 같습니다.
END A :: 비가 그칠 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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